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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생의 미래

작성 : 관리자 / 2023-09-0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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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생의 미래

저자명 강정채 박홍규 김기주 김경호 정재훈 오항녕 오종일

출판사 전남대학교출판부

발행일 2016. 05. 30

목차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글은 만남과 소통, 상생의 세 범주로 구분되어 있다. 각각의 범주에는 두 편에서 세 편의 글이 배치되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제1부 만남에서는 고봉과 퇴계의 만남을 통한 교류와 인연의 의미를 현재화하여 호남(빛고을 광주)과 영남(달구벌 대구)이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어떻게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너와 나,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한가지다」(강정채)는 대구‧영남과 광주‧호남의 지식인들 모여서 고봉과 퇴계를 매개로 바람직한 내일을 모색하는 ‘달빛동맹’ 학술토론의 의미를 한국의 현대사와 연결하여 성찰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봉사네 머슴’이란 비유를 통해 ‘주인’인 우리 자신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정신’의 불행을 털어 버리고 대구와 광주사람 뿐만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인정을 나누고 삶을 가꿔갈 것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시대의 절박하고 직절한 삶의 현실에 대한 학습과 교육이며, 함께 ‘배움으로 나설 것’을 제기한다.
「퇴계와 고봉 그리고 자유-자치-자연」(박홍규)은 퇴계와 고봉을 성찰의 매개로 삼으면서 영호남의 갈등과 같은 관념적 허구성을 양산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이 글에서 고봉과 퇴계와 같은 유교 지식인의 인간에 대한 차별적 이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선비’의 전통이 갖는 비민주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현대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이념에 맞도록 유학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그 핵심 기준으로 자유自由, 자치自治, 자연自然을 설정하고 있다.
-제2부 소통에서는 고봉과 퇴계가 나이 차이를 초월하여 토론했던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진리탐구의 내용이 무엇이었는가를 탐구하고, 다름의 대립을 넘어서기 위한 학술토론을 소통의 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퇴계와 고봉, 사단과 칠정으로 논쟁하다」(김기주)는 퇴계와 고봉이 수행했던 사단칠정논쟁四端七情論爭을 ‘조선 성리학의 전개방향을 결정한 16세기 조선의 일대 학문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토론의 쟁점과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의 논쟁이 결국 도덕실천의 내적 출발점이자 필연적인 도덕실천의 근거가 되는 도덕주체道德主體의 성립, 곧 본심本心 혹은 도덕심道德心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고, 그러한 점에서 감정에 대한 신뢰 여부는 양보할 수 없는 철학적 논점이었다고 평가한다.
「가난과 삶의 즐거움에 대한 유교학자의 성찰」(김경호)은 북송시대에 탄생한 성리학이 선진 시기의 유교적 전통의 연장선에서 중요한 학술적‧실천적 과제로 삼았던 공안낙처, 안자호학론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조선유학에서의 고봉과 퇴계의 가난貧과 기쁨喜, 즐거움樂에 대한 감성적 층위를 조명하고 있다. 고봉의 논의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일상적 가난함에서 비롯하는 복합적인 가난 감정이 삶의 본질을 이루는 즐거움의 감성적 지향이나 태도로 전환되는 과정을 주목하면서, 그가 퇴계와 달리 즐거움의 감정 곧 낙樂의 감정이 리의 본체에서 비롯하며, 이를 순리위락順理爲樂의 도덕감정의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3부 상생에서는 고봉과 퇴계가 16세기 중후반 조선의 역사적 현실에서 고민했던 문제의식들이 어떻게 제기되고 전개되었으며, 현실정치에서 파생된 대립과 갈등의 구조들은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분석한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선조 초반의 정국과 퇴계와 고봉의 학문적 대응」(정재훈)은 조선전기 사회를 마감함과 동시에 사림의 시대를 새롭게 여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던 퇴계와 고봉의 학문적 만남과 친교를 ‘성학聖學’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필자는 사림의 정치적 보좌와 지지를 받으며 왕위를 계승한 선조 초반의 정국 운영에서 퇴계와 고봉의 역할과 위상을 주목하고 있다. 퇴계와 고봉은 신구 세력의 대립으로 인한 혼란스런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인간적 친교를 바탕으로 학술토론을 진행하면서 정치적으로 연대하고, 특히 성학십도聖學十圖와 같은 ‘성인되기의 학문’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규범과 가치질서를 제안하고 있다.
「늦게 핀 매화는 한가로운데」(오항녕)는 조선사회가 16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사림 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활동하였던 관료이자 성리학자였던 고봉 기대승의 역사적 평가 문제를 시대적 고민의 보편성, 연대, 상생의 가능성의 측면에서 퇴계 이황과 비견하여 다루고 있다. 필자는 고봉에 대한 평가에서 여전히 논란거리인 몇 가지 점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문집의 편집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기초로 하여 퇴계와 고봉이 ‘사제 사이’였고, 고봉을 놓고 본다면 사상사적으로 주리主理와 주기主氣 혹은 ‘영남학파=퇴계학파, 기호학파=율곡학파’의 도식은 조선 사상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도나 개념이며, 이와 연동하는 당쟁론 또한 재논의 되어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조 유학에 있어서 고봉의 위상과 호남 사상」(오종일)은 고봉의 유학사적 위상과 호남 유학의 사상적 특징을 포착하기 위해 한국유학의 시원을 탐색하는데, 그것은 기원의 신화를 좇는 것이 아니라 면면히 이어져 오는 ‘우리들의 의식과 제도’에 반영된 유학정신의 실체를 구명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조선유학을 구축하는 핵심은 유학 전래의 종묘의식에서 비롯하였고, 이러한 근간 위에서 조선 도학의 흐름이 고봉의 성정론과 결합되어 실천유학으로서의 실학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이루었고, 이 흐름은 조선후기 호남의 실학뿐만 아니라 기정진의 성리학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한다.